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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의 출발점은 한 국가의 구성원을 넘어 77억 인류의 구성원이라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에요.

저 또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노력했던 부분이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와 공감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 <세계시민> 창간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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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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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엔 사무총장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 김학준 작가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이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서 다양한 시각에서의 국제 사회를 담기를 바란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반 총장은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청년세대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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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유엔(United Nations, UN)은 다자주의를 통해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실현하고자 1945년에 설립되었어요. 2차 세계대전으로 문제시된 강대국 간의 ‘힘의 균형’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다시 말해, 보다 보편적인 규범을 수립해 각국의 이익을 조정함으로써 지속적인 평화를 정착하고자 한 거예요. 유엔이 국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의 협조와 회원국의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2015년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의 비준 과정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veto) 행사로 부결되는 등 최근 강대국 간의 대결 및 긴장 구도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유엔 주요 사안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엔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다자주의 체제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인도적 지원 및 개발원조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고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한 국제 질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자주의를 회복하고 회원국의 선의와 자결(自決)에 기초한 자발적 실천이 우선되고, 선진국의 자금과 기술력 지원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유엔의 본래 기능이 정상화될 거예요. 이 외에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해 최근 SDGs 달성 경과 모니터링을 이유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 있지만, 저는 유엔이 1945년 창설 이래 국제 평화와 안보, 인권, 개발이라는 3대 핵심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DGs는 유엔 회원국의 선의와 자결에 기초하여 발족된 아젠다이자, 정치적 약속이기 때문에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목표 달성에 대한 결단을 하고 용기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조약이나 협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개별 국가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더 많은 지원과 협조를 제공한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목표 달성이 보다 순조로울 거예요. 현실적으로 2030년까지 SDGs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유엔은 SDGs 후속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제의한 Social Summit 2025 개최 또한 SDGs 후속 조치 중 하나예요.


최근 국내·외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ESG 거버넌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2020년 초, 코로나19와 함께 글로벌 차원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이슈가 바로 ESG였죠.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축약한 단어로 기업이 기존의 재무적 요소를 영위하는 데에 더불어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한 경영을 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ESG는 뜬금없이 등장한 개념은 아니에요. 유엔 차원에서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의제죠.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 공동체에게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경제·사회적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켜 주었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이나 사회적 책임 경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경영 철학을 넘어 규범으로 정립되고 있습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필수적 가치가 되었어요. 다만, ESG가 기업 경영의 규범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비해 평가요소가 여전히 난립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외에 600여 개의 평가기관이 있고 370여 개의 평가요소가 산재되어 있어요. ESG 평가요소와 평가기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인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실질적 경영 방법에 대하여 난감해하기도 하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객관적 기준의 정교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2021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바탕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ESG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작년 12월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61개 요소로 구성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SG는 시장의 원리에 입각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앞세울 이슈가 아닙니다. 정부가 ESG에 개입할수록 ‘진흥’이 아니라 ‘규제’가 된다는 것을 늘 정책의 기초에 놓고 개입을 줄이는 대신 경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해요. ESG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 같이 올바른 경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곧 정부의 역할입니다.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 정부가 ESG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하고, 정책 방향의 초점을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교육이라 발표한 것에 대해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비슷한 논리로, 국민들은 기업 생산물의 최종 소비자라는 경제학적 지위를 바탕으로 ESG 생태계를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ESG 실천 기업은 ‘돈쭐’나게 하고 역행 기업은 ‘혼쭐’을 냄으로써 강하게 추동할 수도 있고요. 국민은 이러한 지위를 활용하여 기업의 위장 환경 경영(Greenwashing), 근로자의 인권 침해 등 기업의 부정적 관습을 근절하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요.


친환경 경영과 관련, 화석 연료의 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탄소나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이고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은 분명합니다. 아직까지 사용 비율이 높은 화석연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제는 고집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1차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80%에 달하죠. 이런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변화가 보이는 단기적인 에너지 전환은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전환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잘 대응하기 위한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고 난 뒤 중·장기적 전환에 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화석 연료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하겠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화석 연료도 기존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 4월 발표된 IPCC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3실무그룹의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땅 속이나 바다에 포집‧저장‧활용하는 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이 점점 실용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화석 연료의 이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하고 시스템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의 녹색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위기가 찾아오면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되죠.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에 지식과 경험을 지원하고 녹색성장 관련 사업이 수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은 이러한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저렴한 차관(loan) 형태로 지원하여 개발도상국이 자국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적응 능력을 높이자는 목표로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에서도 기금을 투자하고요. 이러한 재원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빈도가 잦아진 홍수나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리시설을 만드는 기후 변화 적응 사업이나 전력 시설 확충에 석탄 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게 하는 재생 에너지 사업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요.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대응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주선해주기도 해요. 실제로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의 형태로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사업에 선진기후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진국의 민간 금융이 사업 자금에 포함되도록 중간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것이죠. 나아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지원을 꺼리지 않도록 사업을 보증하는 것 또한 다자간 국제개발은행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금융, 기술, 지식, 그리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개발도상국에서도 녹색성장과 관련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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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유엔 사무총장 선출 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보낸 액자 선물이다. 반 전 총장은 고교 시절 케네디 대통령의 "우리가 서로 도움의 손길을 건넬 의지만 있다면 국경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공익을 위해 힘쓰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중 하나지만, 이러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새천년개발목표(MDGs, 2000-2015) 발족 당시, OECD 회원국들은 2015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7%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결의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여 2030년으로 목표 기한을 연장했어요.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중 현재 0.16%에 불과한 수준으로, 국력과 경제 수준을 고려한다면 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해요. 한 나라의 국제적 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ODA 규모라 했을 때, OECD 권고액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죠. 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Just Transition)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어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이며,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대폭 상향하여 진정성 있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보였죠. 하지만 한국은 주요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이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 접근보다는 매우 정교한 중장기 계획과 투명한 과정과 절차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한 마디.

우리와 다른 민족의 문화를 포용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공감(empathy)의 태도가 가장 중요해요. 저 또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노력했던 부분이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와 공감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영어를 비롯한 유엔 공식 언어 등의 외국어 실력을 키우는 것 또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에요. 저도 학창 시절 열심히 갈고 닦은 영어 실력 덕분에 미국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한국 문화란 무엇인가’, ‘한국의 전통음식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로 공부를 했는데, 이 외에 희망하는 직무 혹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세계시민의 출발점은 한 국가의 구성원을 넘어 77억 인류의 구성원이라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에요. 세계시민의식은 인류의 위협을 타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Global Citizen: 세계시민’ 계간지가 독자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기여하고 청년 세대가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당부하고 싶어요. 기후위기 대응은 제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글로벌 이슈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자,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갈 열쇠를 쥐고 있는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제2의 지구가 존재하지 않듯, 기후위기 대응에도 제2의 계획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We do not have a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 either!”



반기문

2007년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여 안전보장이사회 만장일치로 2016년까지 역임하였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인류의 최대 과제로 여겨 2015년 제21차 당사국 총회(COP21)에서 파리 협정 채택에 기여하였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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